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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쟁이의 잡담

퇴사를 맞이하고자 하는 나의 심정 (일본 취업 리턴 이유)

나는 결국 일본 취업 리턴을 결심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연락을 보내다

  '... 상담 요청드립니다.'

 

  저 몇 문장을 써 보내기 위해 최근 한 달간 고민했던 것 같다.

 

  처음에 퇴사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1년도 안지났는데 조금만 더 버텨보자.'

  '다른 동료들한테도 민폐이고.'

  '기껏 생활 여건 다 만들어 놨는데, 벌써?'

 

  이런저런 생각들이 나를 막아섰다.

 

  그래서 하루, 이틀 보내던 것이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갔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의 시선, 돈 문제 등은 씻겨져 나가고 어느새 근본적인 '나'에 대한 생각만이 남았다.

 

  그리고 오늘. 퇴사를 말씀드리기 위해 상담 요청을 드렸다.

 

  올해 초에 일본에 입국해서 오늘 결심하기까지 5개월 정도 되는 기간.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것일까?

 

 

처음 입사했을 때의 기억

  'ㅇㅇㅇ씨의 입사를 축하드립니다.'

 

  면접 끝에 얻어낸 취업 성공이라는 꿀같은 열매.

 

  처음 취업에 성공했을 때에는 꿈에도 그리던 일본 취업에 성공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기뻤다.

 

  어렸을 적부터 일본의 서브컬쳐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일본어 교양을 들으며 일본어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렴풋이 생각했던 일본 취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히 그렇게 하겠네 라는 생각으로 변하였다.

 

  마침내 어떻게 취업 준비를 해야할지 결정해야 할 때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지금 안 해두면 나중에 후회하겠다는 생각에 일본 취업을 결심했다.

 

  그렇게 몇개월의 준비 끝에 일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쉽지는 않았던 일본 입국

  시기상으로는 작년 여름 즈음 내정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의 비즈니스 트랙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고, 하루하루 열리지 않는 하늘길을 보며 기다리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한국 회사에 들어갈까 하고 나 스스로도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서도 그런 조언을 종종 하였지만

 

  일본 취업을 결심했을 때처럼 지금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그때 해볼걸...' 하는 최악의 후회를 할 것 같아서 참고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2월에 일본 입국의 문이 슬슬 열리기 시작했고, 나는 2022년 3월에 일본에 들어와 생활을 시작했다.

 

 

예상과는 사뭇 다른 일본생활

  처음부터 일본 생활이 나에게 너무나도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전의 잦은 일본 여행으로 일본의 음식들이 내게 그리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고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를 사용하면서 듣고, 말하고, 쓰고, 읽으며 일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가서 살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잘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런 나는 왜 한국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걸까?

 

 

제일 큰 이유 중 하나. 음식

  앞서 말했듯 일본 음식이 내 입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일본에서는 식재료도 구하기 쉽거니와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음식 재료도 구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요리를 해 먹는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사택을 받아 집에 와보니 일본의 원룸에서 요리를 해 먹는다는 건 거의 요리를 해본 적 없는 나 같은 요리 뉴비에게는 난이도가 있는 일이었다.

 

  고기를 구워 먹더라도 서툴러서 뒤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고, 화구는 1개에 설거지 공간은 좁고, 그릇 3~4개 놓을 공간조차 빠듯한 부엌에서 요리란 막막한 이야기였다.

 

  나도 안다. 전부 다 핑계라는 것을.

 

  그래서 냄비, 프라이팬, 뒤집개, 집게 등등 필요한 주방기구는 죄다 사놓고 여러 번 시도했다.

 

  다만 그 뒤에 남는 건 매번 외식을 하고 있는 나였다.

 

  문제는 일본 음식이 내게 그리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매일 밥을 사 먹으면서도 만족스럽게 먹은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다음은 건강

  그렇게 음식을 먹으며 살다 보니 직장인들은 다 경험하는 여러 병이 나를 찾아왔다.

 

  낯선 땅에서 일과 음식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몸에 쌓이는 것이었다.

 

  어디 한 군데가 아픈 것을 고치면 다른 곳이 아프고, 거기를 고치고 나면 또 다른 곳이 아팠다.

 

  사람들은 회사원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하지만, 그렇게 계속 아프다 보니 멘탈이 갈려나가더라.

 

  일본 땅에 와서 과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일

  하지만 일이 내게 딱 맞았다면 지금 퇴사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봤을 것이다.

 

  음식은 계속 먹다 보면 입에 맞게 될 수 있고, 건강도 시간을 두고 관리하면 나아질 수 있다.

 

  그런데 일이 내게 맞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우선 내가 공고를 보고 생각했던 업무와 일본에 와서 하게 된 업무가 사뭇 달랐다.

 

  보통의 개발자, 개발 업무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기획, 개발, 검수, 테스트 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들이 가끔이 아니라 나의 주 업무가 되었다.

 

  거기에 그 업무는 기획을 담당하는 팀과 개발을 담당하는 팀 사이에 끼게 되는 업무였는데, 사람을 잘 대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답답한 일본의 일처리도 한 몫했다.

 

  나도 짧은 기간 일한 터라 길게 일하신 분들이 전체를 봤을 때는 더 많은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보기에 일본 사람들은 '책임'에 다소 과하게 민감한 인상을 받았다.

 

  책임을 최대한 덜 지기 위해 많은 의사소통을 하고 다소 여유롭게 일정을 잡는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의사소통이 많아지다 보니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고, 여유롭게 잡았다고 생각한 일정은 질의문답으로 채워진다.

 

  완전무결한 100%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분명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내기 위한 방법이긴 하나, 이 방법이 IT와 맞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프로그램을 100% 완벽하게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직접 일하면서 느끼기에 이런 방식은 오히려 제조업에서 더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어차피 그럴 거면 한국에서 취업해서 커리어 쌓는 게 더 좋지 않았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일본에 왔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 코로나라는 어려운 장벽을 뚫으면서라도 일본에 와서 직접 일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나중에 나이를 먹을수록 '아, 그때 해볼걸. 그때가 진짜 완벽한 기회였는데.' 하면서 후회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어떤 일이, 어떤 환경이 나와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진정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부딪혀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직접 부딪혀보며 내게 맞지 않는 선택지를 지워 나가다 보면 그 앞으로의 계획은 보다 더 명확하고 쉽게 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계속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