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일본에 와서 제일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집의 방음 상태이다.
처음에 사택을 들어와서 침대를 조립하고 밤에 자려고 누웠던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쿵... 쿵...'
자려고 누운 나의 귓가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윗집에서 나는 건지 옆집에서 나는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던지라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굉장히 괴로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에는 목조 건물이 많아 이런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맨션은 지어진지 20년이 된 목조 맨션이라 방음 문제가 심각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이 있다.
방음이 안 되는 거면 목소리라던가 스피커 소리 등이 들리기 마련인데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발소리는 들리는데 목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이 사람들이 원래 이렇게 조용해서 집을 이렇게 짓고 살았던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방음이 잘 안 되는 집에서 살다 보니 조용해진 것인지 같은 실없는 생각도 했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구조상 방음이 어려운 집에서 살다보니 남들에게 민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 사람들 특성상 조용하게 사는 것이지 않을까?
물론 일본에서도 가끔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한국에서의 층간소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히려 이렇게 서로 조심하게 되는 환경이 더 좋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 그래도 나는 다음 집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집으로 정하겠다.
적어도 나의 휴식 공간인 집에서는 다소 마음을 놓고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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