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본 영상의 댓글을 30분 넘게 봤던 이유
오늘 회사 점심시간에 우연히 보기 시작했던 다큐가 있었다.
바로 KBS 시사기획 창의 'MZ, 회사를 떠나다' 이다. 내가 요즘 들어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제목을 보자마자 클릭하게 되었다.
그리고 퇴근길에 영상을 다 보고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나는 30분 넘도록 그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하염없이 읽어보고 있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댓글에는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영상의 어느 부분이 통쾌했다는 내용.
어떤 부분에 나오는 누군가가 답답하다는 내용.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는 내용.
서로의 입장 차이로 싸우는 내용. 그런데 그 내용들을 쭉 읽다보니 몇 가지 내용으로 좁혀지더라.
돈이 문제? 아니면 다른게 문제?
MZ세대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영상에서는 이렇게 답했다.
MZ세대는 오래 참지 않습니다.
본인의 성장을 위해,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직, 퇴사에 대한 이미지가 과거처럼 부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댓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이런 댓글의 대부분은 이렇다.
우선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 중소기업의 월급을 받으며 살면 결혼해서 집 사고 애 낳고 사는 건 무리다.
그러다보니 결혼을 잘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예전처럼 굳이 참으면서 회사를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뒤의 이야기가 조금씩 갈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회사여야 사람들이 모일까?'에 대한 것이다.
돈이 문제일까? 복지가 문제일까?
어떤 댓글은 돈만 제대로 챙겨주면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사람들이 채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댓글에서는 돈도 중요하지만 결국 같이 하고 싶은 회사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내가 성장하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나간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전자는 자칫 돈만 챙겨주면 된다는 이야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읽다 보면 결국 비슷한 결론에 다다른다. 영상의 'MZ세대'가 원하는 회사란 아래와 같다.
주 40시간 기본시간 일만 하면서 내 발전 시간을 보장해주는 회사.
아니면 내가 스스로 나서서 일하고 싶어서 야근을 할 만큼 주인의식이 투철해지는 보람찬 회사.
단, 어느 회사든지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아야 하고 강제성은 적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급여는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이런 회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딱 떠오르는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MZ세대의 이런 이야기를 고깝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성세대의 생각은 모두 잘못됐다?
댓글 중에 기성 세대의 생각들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의 생각이 낡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은 과거에는 정답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시대에 부를 가장 최적화되게 벌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싼 인건비를 통해 사업을 일궈 돈을 벌어내는 것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한국은 예전의 개발도상국이 아니고 인건비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 선진화된 교육을 받고 자라 온갖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그려나가는 이들에게는 그런 노동을 강요한다고 참고하지 않는다.
요즘 시대에 뒤처진 것이다.
그 낡은 방식도 요즘 시대에 맞춰 고쳐나가면 다른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낡은 것은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다만 낡은 채로 남아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 맞다.
결국엔 어찌 될까
내가 전철에서 계속 댓글을 읽었던 이유는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딱히 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댓글들을 읽으면서 그 안의 누군가의 생각이 나를 더 올바른 생각에 이끌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물론 그 안에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이런 회사면 사람들이 잘 모이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 댓글은 있었다.
어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적으신 댓글 같았는데,
자기가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데 직원들이 잘 안 나가고 나가게 되더라도 자기 친구들을 넣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나 적어둔 것을 읽어보았더니 아래와 같았다.
1. 일주일에 정해진 일 이외에는 시키지 않는다.
2. 어디서 일을 하던 신경 쓰지 않는다. 재택도 가능하고 출퇴근도 가능하다.
3. 정해진 일만 한다면 야근 등을 강요하지 않는다.
급여를 어떻게 주는지 등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적당히 챙겨준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적인 회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이런 회사에 들어간다면 적어도 회사에 불만이 있어서 퇴사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모든 회사가 이렇게 할 수는 없겠다. 다만 영상에서 말하는 MZ세대가 원하는 요구사항들이 전부 다 들어있는 느낌을 받아서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다.
이렇게 고용시장이 흘러가다 보면 어떻게 될까?
내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위와 같이 현세대와 어우러질 수 있는 회사들을 제외하면 인재를 구하는데 애를 먹다가 점차 스러져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힘들게 일하는 만큼 보상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급여를 세게 주는 제조업 정도가 남지 않을까.
다만 제조업이라는 건 결국에는 기술력과 단가 싸움이라고 생각되니 점점 로봇의 비중이 커지고 제조업에 사람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사람이 직접 일하는 곳은 사무실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근무 형태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미래형 형태가 주를 이루게 되지 않을까?
부디 우리나라가 이 어지러운 시기를 현명히 헤쳐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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