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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쟁이의 잡담

일본의 느려터진 인터넷 설치

일본의 느린 인터넷 포켓 와이파이
한달 반 동안 신세졌던 포켓 와이파이

 

왜 이렇게 느려?

  일본에 와서 제일 처음 해야 했던 일은 휴대폰 개통이다. 당시에 신용카드가 없으면 일본에서 휴대폰 개통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비자 기능이 되는 체크카드를 들고 빅카메라에 갔다. 어느 통신사가 좋으려나 두리번거리던 나에게 빅카메라 직원분이 와서 말을 걸어주었고, 모든 통신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설명을 들어보고자 자리에 가서 앉았다. 다행히도 체크카드로도 개통은 되었지만 신기했던 점이 있다. 바로 처음으로 물어봤던 것이 휴대폰 요금제, 두 번째로 물어보는 것이 집주소였던 점이다. 어째서일까?

 

  알고보니 일본도 한국처럼 휴대폰 요금과 인터넷을 묶으면 혜택이 있었던 것이다. 휴대폰 요금과 인터넷을 같은 곳에서 신규하면 휴대폰 요금 할인은 물론이요, 한국에서 처럼 인터넷 약정을 걸게 되면 추가 혜택도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집마다 설치할 수 있는 인터넷 종류가 거의 정해져 있던 것이다. 한마디로 결합상품을 추천해주고 싶은데 내가 사는 집에서 그 회사의 인터넷을 쓸 수 있는지 조회해보기 위해 집주소를 물어봤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집을 맨 처음에 지을 때 설비를 설치한 인터넷 회선이 아닌 다른 인터넷 회선은 거의 못쓴다고 보면 된다. 결국 집을 고를 때 내가 어떤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지도 정해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안내를 받고 인터넷 개통일을 물어봤는데 설치까지 최소 한달은 걸린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무슨 인터넷 설치하는데 한 달을 넘게 기다려야 되는가. 한국이었다면 아무리 늦어도 3일 이내에는 와서 설치를 해줄 텐데. 내가 뭐든지 느리다는 일본에 왔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첫 번째 일이었다.

 

 

한 달 반간의 인터넷 분투기

  불행 중 다행이라고 자기들도 늦다는 걸 알고는 있는지 신청일부터 인터넷 공사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포켓 와이파이를 무료로 빌려주기는 한다. 단지 4월 초에 신청한 인터넷 설치 공사를 5월 말이 돼서야 받을 수 있었던 점이 문제였다. 세상에, 인터넷 하나 설치하는데 한달 반이 걸린다니... 그나마 그 사이에 빌려준 포켓 와이파이로 생활했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불편했었다.

 

  제일 불편했던 점은 포켓 와이파이인 만큼 무선으로 통신을 받다 보니 어떻게 해도 딜레이가 발생했던 점이다. 포켓 와이파이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잡아서 쓰던, 유선랜을 연결해서 사용을 하던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다소 심한 딜레이가 발생했다. 그나마 유튜브를 보거나 검색을 하는 데에는 다소의 불편함만 감수했으면 되었으나, 제일 문제가 되었던 때는 게임을 할 때이다. 반응속도가 중요한 롤 같은 게임에서 안 그래도 해외에서 접속하여 불편한 반응속도에 인터넷 문제까지 더해지니 설상가상이더라. 거기에 가끔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아예 포켓 와이파이가 먹통이 되는 때도 있었다. 한달 반 정도 인터넷 공사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지새웠다.

 

  그렇게 5월 말이 되고 설치받은 인터넷의 품질도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다. 우리 건물은 소프트뱅크 히카리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최고 속도가 100메가밖에 나오지 않는 절망적인 건물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요금도 더 높은 속도보다 싼 것도 아니다. 실제로 내 주변 사람들 중 한 명은 1기가의 속도를 내는 인터넷을 쓰는데 나와 비슷한 요금을 내고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은 한국이 최고다

  게임을 하는 나의 입장에서 한국에서 느리다고 불평해가며 썼던 그 인터넷이 이리도 그리울 수가 없다.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일본에서 한국과 같은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 그리고 집을 잘 고르는 운까지 필요하니 반쯤 포기한 상태이다. 이것도 일본 생활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점이라면 인정하고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체념하고 살게 되더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을 떠나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당신이 누리고 있는 그 환경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자.